프리마 돌 앵콜
01-01 단팥빵과 자율인형 (1)

 사람은 누구나 울음과 함께 태어난다.

 여태까지 어머니의 뱃속에서 따스하게 자라, 호흡, 식사 등 어떠한 생명 유지 활동도 필요 없는 천상 세계에서 지내온 터다. 이런 가혹한 현실에 태어났을 때 볼멘소리 한 마디는 하고 싶겠지.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은 불공평하기만 하다.
 하인의 시중을 받으며 방탕 삼매경인 부호가 있는가 하면, 하루살이로 입에 풀칠하는 빈민도 있다. 외국에서는 부잣집에서 태어나는 것을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다'라고 표현한다나. 그와 비교하면, 내가 태어나던 그 순간은 몹시 열악했다. 어머니는 만삭의 몸으로 대륙까지 돈벌이하러 가던 배 위에서 산기가 되어, 어두운 화물창 안에서 나를 낳았다고 한다. 나의 첫 목욕물이었을 바닷물은 갓 태어난 아기의 입에는 짰을 것이 분명하다. 나는 짠물을 먹으며 태어난 것이다. 그렇기에 미칠 듯이 달콤한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황도(皇都)는 무척이나 태평하고 화창하다. 걷다 보면 땀이 흐를 정도의 날씨에, 무심코 옷깃을 풀어 헤쳤다.

 황도 2구와 3구를 잇는 위풍당당한 모쿠다이교(目代橋)에 다다르자, 새 하카마로 몸을 두른 여학생과 엇갈렸다. 또래 같은데, 분명 이번 봄에 진학한 신입생이겠지. 학문과 교양을 배우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어쩌면 사랑도 한 번쯤 알게 될지도 모른다. 정말 부럽다고 솔직하게 생각했다.

 나 같으면, 국민학교는 졸업할 수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고 하겠지만, 고등학교 진학은 이룰 수 없었고, 집에 있는 것도 불편했으니까 드난을 하고 있었다. 부잣집 대저택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하인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지내기 나쁘지 않았다. 원래 가사를 싫어하지도 않았고, 선배에게도 귀여움을 받았다. 장래에는 독립하고 싶다고 부인에게 상담하자, 사회인으로서의 옷차림이나 소행, 마음가짐을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당분간 신세를 지며, 부지런히 돈을 모으겠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겨울에 더부살이하던 곳이 어이없이 파산해 버렸기에, 그 계획도 백지가 됐지만 말이다. 전후의 불황은 뒤늦게 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후다. 그럴 수밖에 없다. 광대한 황야에서 막무가내로 총탄을 쏘아대고 고가의 전투인형(메카니카)을 아낌없이 고철 쓰레기로 바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낭비가 전부 사라지니, 이도 저도 그대로 갈 수 없다.

 당분간 여기저기서 날품을 팔아 왔지만, 갈수록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얼마 되지 않던 퇴직금도 바닥을 보여, 주머니를 뒤져 봐도 3전이 전부. 아침부터 지금까지 입에 댄 것은 식힌 물이 끝이라 배는 꼬르륵거릴 뿐이다.

 그러던 때였다.
 눈앞에 손에 들린 간판이 뛰어든 것은.


 【단팥빵 3전】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는 것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달콤한 빵의 제왕, 동방 문화와 서방 문화가 만나 태어난 기적의 음식 단팥빵이 3전!? 2구의 무라키 가게에서 사면 10전으로도 부족하겠지. 확실히 파격적이다. 그리고 내 훵 하다면 너무나도 훵 한 주머니 사정으로도 간신히 가능하다. 그래서 후다닥 뛰어가 간판을 든 소녀 앞에 섰다.

 「하나 주세요!」



 소녀는 고개를 기울여 이쪽을 보았다. 어두운 벚꽃색 머릿결. 유리와 같은 푸른 눈동자. 어린 나이를 짐작하게 하는 부드러운 턱선. 하얀 기모노 소매가 팔랑팔랑 흔들리고 있었다. 등에는 가련한 인상과 잘 어울리지 않는 담흑색 배낭. 튀어나온 작은 연돌에서 희미한 수증기가 나부끼고 있다…….

 「……아, 저기…… 그……」

 순간적으로 내가 굳어져서 가만히 쳐다봤기에, 그녀는 쑥쓰러운 듯이 웃었다.

 「응, 친절한 인사 고마워……」
 「어?」

 근질거리는 듯이 쑥스러워하고 있다.

 「아니, 그……」

 뭐라 말을 할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서로가 조금도 맞물리지 않는 대화이지만, 그 이유는 이미 알고 있다.

 「너는 인형이지?」

 설마 자율인형을 다시 보게 될지 몰랐다. 전쟁 중이라면 모르겠으나, 평화로운 황도에 가동하고 있는 자율인형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알 수 없는 그리움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남의 감상에는 아랑곳없이, 태평한 표정으로 들여다본다.


 자율인형이 이렇게 작았었나 하고 생각했다. 물론 내가 커졌을 뿐이겠지만.

 「저기, 하이자쿠라?」
 「단팥빵 사고 싶은데」

 옛날을 그리워하는 것은 일단 멈추고, 본제로 돌아온다.

 「보이는 대로라면, 호객을 하고 있는 거지?」

 인제 봤다는 듯이 손에 든 간판을 올려다보고 있다.

 「응, 그걸로 하나 줘」

 짤랑하고 3전을 건넨다.
 하이자쿠라의 옆에는 작은 탁자가 있어, 거기에 큰 바스켓과 작은 금고, 그리고 견본품들이 진열된 유리 케이스가 놓여 있다. 견본 단팥빵은 가운데서 반으로 나뉘어, 팥소가 얼마나 가득 차 있는지를 자랑스럽다는 듯이 과시하고 있다. 참깨의 양도 더할 나위 없다.


 바스켓을 들여다보고 있던 하이자쿠라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왜 그래?」
 「아, 그렇구나」

 다시 보니 확실히 바스켓은 텅 비어 있다.

 「그럼 이 견본품을 줘」

 팔 수 있는 게 전혀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눈앞에는 마지막 하나가 있다.

 「어라, 혹시 팔면 안 되는 물건이야?」
 「아니면 말라서 맛이 없다거나?」
 「혹시 떨어뜨렸다거나?」
 「……자기가 먹으려 했었다거나?」



 토끼처럼 깡충 뛰어서 뒤로 물러났다.

 「아니, 음……」

 말 안 해도 알 수 있다.

 「……후우……」

 배를 문지르자, 미련이 남는다는 듯이 작게 소리가 났다.

 「그렇다면야 괜찮아. 없는 건 어쩔 수가 없지」

 꾹 하고 내 옷자락을 쥔다.


 소리를 지르듯이 말하고 있지만, 뒤로 갈수록 목소리를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철컥 유리 케이스를 열어서 단팥빵을 나에게 내민다.
 효모와 팥소가 뒤섞인, 형용할 수 없이 좋은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그럼, 사양 않고 받을게」

 둘로 갈라진 단팥빵을 손에 드니 희미하게 따뜻했다.

 「저기」
 「괜찮으면 반반씩 먹을래?」

 하이자쿠라가 집어삼킬 듯이 말을 터트렸다.

 「여기, 자」

 단팥빵 반쪽을 하이자쿠라에게 전해 줬다.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로 감동해 있었다.


 등에 있는 연돌에서 퐁 하고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울면서 태어난다.
 그렇다면 그녀와 같은 인형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태어날까?
 그건 어쩌면, 이 세상을 향한 희망으로 가득 찬, 눈이 부시게 웃는 얼굴일지도 모른다.


집필 : 오카노 토야
삽화 : 마로야카
CV : 와키 아즈미 (하이자쿠라)
한국어 번역 : 캐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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