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 전 흑묘정은 한적해서 정적이 감돌았다.
한적한 카운터와 규칙적으로 놓여 있는 테이블.
테이블 위의 널빤지는 반짝반짝 닦여, 벽에 걸려 있었던 필라멘트 전구의 빛을 반사하고 있다.
안쪽에는 귀엽게 생긴 업라이트 피아노 한 대.
벨벳 커버에서 살짝 체리브라운 거울면이 들여다보였다.
컵과 받침 접시가 짤랑 울린다.
카라스바 씨가 갓 우려낸 홍차를 포트로 따라 주었다.
살짝 사과 같은 상쾌한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이렇게 대접받는 게 실례가 아닐지……」
슬쩍 주방 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입구 쪽으로 하이자쿠라의 모습이 살짝 들여다보였는데, 빵칼을 손에 들고 부지런히 식빵을 떼어 내고 있었다.
「하하하…… 들었나요?」
「저랑 같네요」
티스푼으로 덜도 말고 세 숟갈 설탕을 타서 맛있는 홍차를 즐겼다.
「아뇨, 너무 신경 안 써 주셔도 돼요」
쿡쿡 웃으며 에이프런 리본을 흔든다.
업라이트 피아노 앞을 지나가, 그 안쪽에 있는 축음기 앞에 선다. 레코드 위에 바늘을 올리자, 잠시 후에 왠지 조금 슬픈 느낌의 느긋한 플룻 음색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 피아노, 치는 사람이 있나요?」
「라이브 반주에 맞춰 노래라도 부르면 분명 즐겁겠네요」
그렇게 관심을 유도하면서도 카라스바는 뭔가 미묘한 표정이었다.
가만히 피아노를 바라보며, 그리워하는 듯한, 애달파하는 듯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
「지금은?」
그러고 보니 가게 안으로 들어올 때, 시야 구석에 벽보가 비친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게 주방 종업원 구인 벽보였던 걸까.
하이자쿠라 「우사 씨~~~~~!」
주방에서 폴짝폴짝 하이자쿠라가 뛰쳐나온다.
하이자쿠라 「샌드위치도 드셔 주세요!」
「아냐, 거기까지 신세 질 수는 없지」
햄과 치즈가 들어간 심플한 샌드위치가 담겨져 있다.
그 옆에는 생글생글 웃는 하이자쿠라.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작게 입을 열고 입에 가득 집어넣는다.
「………윽」
하이자쿠라 「뮷, 울고 계세요!」
단 거에는 눈이 돌아가지만, 찡하게 오는 매운맛에는 조금 약하다.
하지만 눈물이 맺히는 것은 그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그래도, 맛있어. 엄청」
화사한 홍차 향기와 살짝 매콤한 요리.
평화로운 음악과 가슴이 가라앉는 듯한 미소.
이 공간이 뭐라고 표현할 길 없이 마음에 들었다.
「저기, 카라스바 씨」
그래서 나는, 하이자쿠라의 선배 인형에게 다시금 말을 걸었다.
「저를 여기서 일하게 해 주실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