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던트 조명의 필라멘트가 여러 번 명멸한다.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본다. 완전히 날이 저물어 거리를 걷는 사람도 없다. 흑묘정의 부드러운 빛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밤의 어둠에 녹아들어 가는 것 같다. 공습을 대비해 불빛을 차단하던 것은 아주 옛날에 끝났지만, 사람들은 그 무렵의 여운을 간직하고 있어, 모두 조속히 자택 전등을 꺼 버린다. 외등도 드물어, 의지할 것은 달빛뿐인 형편이다.
나는 도구들의 먼지를 털고, 떨어진 먼지를 정성껏 닦아냈다. 특히 레코드플레이어는 정전기를 머금고 있는 탓인지, 먼지가 쌓이기 쉽다. 오늘도 가게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한몫해 주었으니, 그 노고를 위로해 주어야 한다.
일단락하고 기지개를 켰다. 문득 주위를 보니, 나뭇결을 아름답게 빛내고 있는 업라이트 피아노가 눈에 띈다. 저도 모르게 덮개를 열고 건반을 들여다보았다. 살짝 손가락으로 누르자, 으스스 추운 밤을 떠올리게 하는 딱딱한 소리가 퍼졌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는 사모님이 자주 연주하셨던가. 무슨 이름의 곡인지 물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분명 로벨리아 노래라서, 전쟁 중에는 연주하는 것이 꺼려졌다던가, 그런 말을 했었던 것 같다…….
무뚝뚝한 목소리. 겟카가 자루걸레를 빨고 있다.
「미안, 게으름 피울 생각은 아니었는데……」
평소와 같은 무표정. 묵묵히 뒷정리를 하고 있다.
「있지, 겟카는 피아노 같은 거 안 쳐?」
「그것도 그런가…… 누구 치는 사람 없나?」
「카라스바 씨와 얘기했었거든」
피아노를 활용해 가게에 새로운 손님을 불러들인다. 필요하면 자율인형이 조금 쇼를 해도 재미있을 것이다. 카라스바에게 얘기한 것을 되풀이했다.
「그렇긴 해도, 실제로 연주해서 노래를 만들면 또 달라」
겟카는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그것은 소박한 의문인 듯하며, 해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를 묻는 듯한, 그런 말이었다.
오토메 「겟카, 청소는 끝났어?」
2층에서 내려오는 것은 오너인 오쿠노미야 씨였다.
오토메 「시간대로네」
「죄송합니다. 이쪽은 아직 안 끝나서……」
오토메 「뭐, 아직 익숙하지 않을 테니. 겟카, 카라스바의 일을 도와줘」
카라스바 씨는 이 시간에 장부나 매입의 감리를 하고 있다. 겟카는 기지개를 켜고 가볍게 신발 소리를 낸 후, 자루걸레와 물통을 들고 플로어를 떠났다.
「저기, 오쿠노미야 소령님」
오토메 「그렇게 부르는 건 그만하지 않을래」
「죄송합니다, 버릇이라…… 지인 중에 피아노를 치는 분 계시나요?」
오토메 「나도 소양이 있다마는」
「네에!?」
오토메 「뭐라고 그렇게 놀라」
「아뇨, 실례했습니다. 오쿠노미야 씨가 피아노……」
날씬한 팔과 다리. 넓은 어깨. 군인이었던 시절에는 분명 그림 같았을 것이다. 군대는 남자의 사회지만, 그런데도 오쿠노미야 씨라면 경의를 받았겠지. 야무진 목소리로 일갈하면, 금세 병사들 사이에 긴장이 흘렀을 것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의외로 아가씨셨네요」
오토메 「히죽히죽하지 마」
「그, 그럴 생각은」
당황해서 얼굴에 힘을 주었다.
시선을 돌린 오쿠노미야 씨는 조금 겸연쩍은 모습이었다.
오토메 「나한테도 꽃도 무색할 만큼 아름답던 소녀 시절이 있었어」
휙 얼굴을 돌려, 겟카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기회를 살펴서 그 실력을 보여 달라고 하자. 은밀하게 그렇게 결심했다.
딸깍 초인종을 울리며 하이자쿠라가 돌아왔다.
「들개가 돌아다니지는 않대?」
「역시……」
「정말?」
하이자쿠라의 말이 통한 걸까…….
아마 냄새로 잔반이 없는 것을 헤아렸을 테지만.
「그냥 흉내만 내 봤어. 모처럼 있으니까」
툭툭 건반을 두드린다.
「그래?」
「하이자쿠라는 음악을 좋아하는구나」
「그럼, 자」
마지막 흰 건반을 누른다.
맑은 음색이 플로어에 울려 펴졌다.
「뭔가 노래해 보면 어때?」
그것은 뜻밖의 말이었던 모양인지, 멍하니 있다.
계속해서 뭔가 생각에 잠긴 모습.
그리고, 가만히 유리색 눈으로 나를 보며, 명료하게 그리 고했다.
「……고장 나 있으니까」
「그러면 반주 없이 노래하면 되지 않아?」
결론적으로, 굉장한 음치라는 걸까.
「그거, 수리는 못 할까?」
흔들흔들 목을 옆으로 흔든다. 연분홍색 머릿결도 함께 흔들렸다.
「기억상실?」
뿅 뜀을 뛴 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하이자쿠라는 슬픔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이 더욱 가슴을 꽉 조여 맸다.
「기억상실은 낫기도 해」
「그러니까…… 하이자쿠라도 낫지 않을까」
「함께 찾아내자. 하이자쿠라가 태어난 이유를 말이야」
나는 작은 자율인형(오토마타)에게 그렇게 말을 건넸다.
「듣고 싶어, 하이자쿠라의 노래를」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금 놀라면서도, 변함없는 웃는 얼굴로…….
생긋 그렇게 대답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