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하「조금은 봐줄 만한 모습이 됐군」
항구 측 창고. 그곳이 야전기지를 대신하고 있었다.
유키하는 내 모습을 흘끗 보고, 작게 코웃음을 쳤다.
짙은 감색의 군복으로 몸을 감싸고, 망토를 휘날렸다. 유키하의 여벌 군복을 빌린 것이다. 가슴둘레가 좀 꽉 끼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랜만에 입은 옷으로, 몸과 마음이 다잡히는 느낌이었다.
유키하「기계인형(메카니카)은 다룰 수 있겠지?」
유키하「전투 명령은 수령했나?」
괴로운 결단을 보인 나기 씨는, 나의 마스터 등록을 해제했다.
이제 수리 중이 아닌, 황군의 자율인형(오토마타)으로서 전선에 복귀한 형태가 된다.
유키하「거의 절반이 수송선에 들어갔다. 카라스바, 네 임무는 주민들을 피난시키고 경호하는 것이다. 기계인형(메카니카) 3대를 줄 테니 배에 함께 타라」
유키하「뻔하지, 이 섬에 남아서 로벨리아군을 격퇴한다」
유키하「너, 나로서는 역부족이라고 말하고 싶나? 이 정도의 로벨리아군따윈……!」
유키하「……소령님은 바쁘다. 돌아오는 대로, 정식으로 명령을 수령하라」
창고를 나와, 항구로 발걸음을 돌린다.
그곳에는 600톤 크기의 수송선이 정박해 있었다. 오쿠노미야 소령이 타고 온 배일 것이다. 지금은 피난하는 섬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 차례로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군인이 엄한 어조로 짐의 반입을 막고 있었다.
그 행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로사「아……」
나를 보고, 한순간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하지만 그 군복을 보고, 곧장 안색이 바뀌었다.
로사「그 모습……」
로사「………」
그 굳은 표정은, 혼란과 실망의 빛을 내비치며, 시선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속일 수는 없다.
그녀 앞으로 몸을 숙인다. 가능한 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카라스바는 설명했다.
로사「……나는……」
그 작은 입술을 꽉 깨문다.
로사「황군의 전투인형은……싫어」
그건, 예상한 답이었다.
카라스바는 미소를 지으며, 그 말을 받아들였다.
파우치에서 로즈힙 잼이 든 작은 병을 꺼낸다.
로사「……됐어」
그러나, 로사는 받지 않았다.
로사「이제……친구가, 아니니까」
미소를 지은 채, 나는 일어섰다.
로사「알고 있어」
발길을 돌려, 슬며시 그 자리를 떠난다.
부츠로 발소리를 내며, 규칙적인 보폭으로 행렬 옆을 지나간다.
문득, 바다를 본다.
아침놀이 새빨갛게, 수평선을 물들이고 있었다.
똑, 눈가로 냉각액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전투인형에게 감정 따위는 필요 없으니까.
섬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필사적으로 버티려고 했다.
그렇게 해도, 참지 못하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
터져 나올 뻔한 목소리를 참으며,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 * *
군선의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것이 보였다.
엔진에 불을 붙인 모양이다. 출항이 머지않았다.
유키하「카라스바, 승선 시간이다」
유키하「여(呂) 13호부터 15호까지를 쓰도록」
창고 안에는, 투박한 기계인형(메카니카)이 쭉 줄지어 있었다.
그 수는 대략 15대 정도, 살짝 앞에 서서 눈을 감고 의식을 집중했다.
유키하「카라스바?」
유키하「뭘 하는 거지? 어째서 1호부터 기동시켰나, 아니……」
거기에 있는 모든 기계인형(메카니카)의 눈동자가 붉게 발광한다.
유키하「너는 무엇을 하고 있나! 기계인형(메카니카) 하나 제대로 다룰 수 없는 건가!?」
유키하「뭐라고……?」
유키하「무슨 말을 하나? 수작 부리지 마라!」
유키하「………읏!?」
유키하의 눈이 빨갛게 발광한다.
그러나 그녀는 지휘권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유키하「뭣!?」
유키하「그래서 어쩌라고!」
유키하「그건 명령 위반이다!」
유키하「인형이, 무얼 멋대로……」
그래, 제멋대로다.
나는 줄곧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게 살 이유를 주길 바랐다.
그래서, 나기 씨…… 마스터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유키하「황국의 위대한 승리를 위해서다!」
살며시 파우치 위를 쓰다듬는다. 작은 병의 감촉. 함께 벽난로 앞에서 식사하고, 함께 웃어 주고, 친구라고 말해 줘서……,
유키하「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나!?」
유키하「그만둬, 카라스바……그만둬!」
기계인형(메카니카)에게 지시를 내리자, 서서히 유키하에게 몰려든다.
* * *
천천히 배가 출항한다.
출항 전에는 조금 군인과 실랑이가 있었지만, 애초에 일각을 다투는 상황이다.
카라스바와 기계인형(메카니카), 소수의 수비대가 섬에 남고, 그리고 최후의 이별이 되었다.
내 배낭에서, 희미하게 검은 연기가 새어 나온다.
기계인형(메카니카)을 지휘하면, 가슴이 따끔하게 타오르는 감각을 느낀다. 마스터가 말한 대로다. 나는 고쳐지지 않았어. 일시적으로 지휘 기능이 돌아왔지만, 결국은 논리기관이 부하를 견디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딱 하루만 힘내면 된다. 해 보이겠다.
배를 등지려고 할 때였다.
나기「카라스바ーーーーーーーーー!!!!!!」
바다 너머에서, 외침이 들렸다.
사람으로 가득 찬 갑판. 마스터가 몸을 내밀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로사「카라스바 언니ーーーーーーーー!!!!」
마찬가지로, 어린 소녀의 모습도.
평소 그렇게 얌전하던 아이가, 몸을 떨며 있는 힘껏 외치고 있었다.
나기「내가 너를 고칠게! 어떤 형태가 되더라도, 한번 더 고쳐보이겠어!!!! 그러니까………기다려 줘……!!!」
반쯤 쉰 목소리.
청각 기능을 최대로 증폭해서, 겨우 이해한 목소리.
로사「미안해, 카라스바 언니……!」
로사「나, 심하게 말해서……! 하지만, 진심이 아니야……!」
로사「함께 있어서 즐거웠어……! 계속 계속, 친구로 있었으면 했어……!」
로사「그러니까, 죽지 말아 줘………!」
군선이 한층 더 크게 검은 연기를 내뿜는다.
그 소리에, 두 사람의 목소리는 지워져 버렸다.
그럼에도, 카라스바에게는 충분했다.
이 싸움에서 살아남아도,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논리기관이 무사하다면, 복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소원과 같은 말이었다.
폭음이 들린다.
눈 위에, 마치 꽃처럼 불길이 피어 있었다.
로벨리아군의 포격이 시작된 것이다.
더 이상, 울 수는 없었다.
날렵하게 오른손을 들자, 기계인형(메카니카)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폭염이 휘날리는 전쟁터로 카라스바는 달려나갔다.
그 앞에 한 줌의 빛이 있다고, 그저 믿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