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푹 스톨로 둘러싸고, 어둠 속에서 가만히 숨을 죽인다.
달빛만이 닿는 실내.
가끔 멀리서 불꽃 소리가 들리고, 잠깐 명멸한다.
내쉬는 숨은 하얗지만, 추위에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옆에는 휠체어, 말 없는 인형의 모습.
릴리아는 응접실 옆에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희미한 기름 냄새. 책상 위에는 잡다한 공구가 흩어졌고, 벽에는 그 용도도 분명하지 않은 계기류. 저 아이――하이자쿠라를 정비하는 정비실일지도 모른다. 의자에는 난잡하게 코트가 던져져 있다. 어깨에 휘장이 보였다.
『…이런 날에 일이라니, 고생하시네요~……』
『…그래, 이거 참 미안해. 음, 좋은 홍차다……』
옆방에서 희미하게 빛이 샌다. 이따금 웃음소리도, 틀림없이 경관을 문전 박대하리라 생각했지만, 실내에 불러들여 덤으로 따뜻한 차까지 대접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할 셈일까…….
『…그럼, 또 토오마 박사가 돌아오면 실례할게. 고마웠어…』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경관들은 떠났다.
한동안 정적, 폭죽 소리. 그리고……
조금만 문을 열어 상냥한 얼굴을 보여준다. 괜찮다면서도 속삭이며 말하는 모습이 우습다.
「다행이야…… 무언가 물어보진 않았어?」
안도하며 숨을 내뱉는다. 난로 앞에 서자 마음까지 녹는 기분이었다.
「토오마 박사는 누구야?」
인형에게는 반드시 관리·감독을 총괄하는 소유자인 마스터가 존재한다. 마스터가 하는 명령에는 절대복종으로, 제멋대로 행동하면 용서받지 못한다.
「……나를 숨겨주곤 괜찮아?」
「그, 마스터에게 혼나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활짝 밝은 얼굴로 웃는다.
왠지 걱정한 자신이 바보 같다.
「고마워, 잘 마실게……」
희미한 향기. 조금 미지근하게 식은 차로 차고 건조한 목을 축였다.
* * *
「난 말이야, 이제 돌아갈 장소가 없어」
어느덧 불꽃놀이도 끝났다.
어두컴컴한 실내 벽난로를 바라보며, 릴리아는 말을 골라 전한다.
「이 아이를 꺼내온 이상, 이제 극단에는 돌아갈 수 없어」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곳. 벌써 몇 년이나 만나지 않았지만」
「로벨리아에」
그 말에 하이자쿠라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뜬다.
「그렇게 간단하게 갈 순 없어」
하이자쿠라는 벽에 걸린 지도를 가리킨다.
열차로 두 시간 이동해서, 거기서 숲을 벗어나 하루 밤낮 걸으면 도착할지도 모른다.
「전쟁 중이야. 국경선을 넘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납득한 듯 손뼉을 탁 두드린다. 사정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공동 조계까지 가서 거기에서 배를 타는 거야. 그리고 로벨리아에 망명한다…… 그 방법이 유일한 루트」
「글쎄. 그럴 돈이 있다면…… 말이지」
공동 조계까지 가서 비자를 입수하고, 거의 세계를 일주하는 배편에 탄다. 과연 얼마나 들까? 릴리아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아마 부족해. 벌어야 해……」
「일을 하거나 물건을 팔거나……」
왠지 납득한 모습으로 하이자쿠라는 응응하며 끄덕인다.
「네?」
* * *
하룻밤 지나고, 활짝 갠 푸른 하늘이 어디까지나 펼쳐져 있다.
눈은 완전히 그치고, 주위는 온통 은빛 세계.
하이자쿠라의 연돌에선 하얀 증기를 푹푹 뿜고 있었다.
「어, 어떠세요……」
릴리아 앞에는 방에서 빼낸 작은 책상이 하나.
뒤집어 겹쳐진 찻잔에, 큰 설탕 용기가 하나.
지도 뒷면에 쓴 선전 포스터가 아무리 봐도 즉석에서 만들었습니다란 분위기로 부착되어 있다.
「……저기, 하이자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