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 돌 앵콜
03-03 겨울의 불꽃 (3)


 하룻밤 지나고, 활짝 갠 푸른 하늘이 어디까지나 펼쳐져 있다.
 눈은 완전히 그치고, 주위는 온통 은빛 세계.
 하이자쿠라의 연돌에선 하얀 증기를 푹푹 뿜고 있었다.


 「어, 어떠세요……」

 릴리아 앞에는 방에서 빼낸 작은 책상이 하나.
 뒤집어 겹쳐진 찻잔에, 큰 설탕 용기가 하나.
 지도 뒷면에 쓴 선전 포스터가 아무리 봐도 즉석에서 만들었습니다란 분위기로 부착되어 있다.

 「……저기, 하이자쿠라」

 좋은 생각이 있어요, 함께 일하러 가죠…… 그렇게 그녀는 말했다.
 그 말을 한순간이라도 믿은 내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침부터 알루미늄 냄비를 꺼내서 주방에서 뭔가를 보글보글 끓이고 있어서, 무슨 일일까 생각했다.

 「뭐…… 뭐를?」
 「그건 알지만, 한잔 팔아 얼마 이익이라고 생각해?」
 「게다가, 말했지? 나, 별로 눈에 띄고 싶지 않아――」

 귓가에 그리 필사적으로 전했을 때 마침 손님이 왔다.

 「오, 이거 맛있어 보이네」

 통통하게 살찐 기분 좋아 보이는 남자다. 입가를 촘촘히 뒤덮은 수염이 그야말로 알타리아 사람이다.

 「한잔 받아 볼까」

 상냥하게 돈을 받는다.

 「내가 하는 거야?」

 찻잔을 손에 들고 하이자쿠라 뒤로 돈다.
 무려 연료 저장 탱크에 꿀 허브티를 넣어뒀다고 한다. 그곳은 항상 따뜻해서 음료를 알맞은 온도로 유지하는 모양이다. 채워 넣어도 좋을지 여부는 몰랐지만, 그 점은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걸로 괜찮을까」

 배수 밸브를 틀어 찻잔에 붓는다.
 짙은 루비색, 달콤한 월귤과 얼얼하게 가미된 육두구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여기요……」

 시선을 내리고 남자에게 꿀 허브티를 내민다.
 컵을 두 손으로 감싸듯 쥐고, 잠시 그 따스함을 만끽하면서 맛있게 맛본다.

 「아, 살겠네. 고마워」
 「그래, 물론이지. 그런데……」

 가만히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릴리아는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입가를 감추듯이 스톨을 내둘렀다.

 「이쪽 아이는 인형이네?」
 「저 멀리 동방에서 온 거니?」
 「저, 죄송하지만 이 아이에 대해서는……」

 너무 캐묻게 두고 싶지 않아서 릴리아는 사이로 들어간다.

 「아, 미안해, 약간 그리워져서」
 「나는 가극을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해서 말이야. 거기에 가극 인형이 있었어」

 그 말에, 릴리아는 심장이 꽉 조이는 느낌이었다.
 황급히 컵을 닦는 척하며 남자에게서 등을 돌린다.

 「레발자크 소녀 가극의 명물이야. 소녀와 인형이 정말 훌륭한 조화를 이루거든」
 「요즘은 거의 공연하지 않게 되고 말았지만…… 참, 너도 노래할 수 있니?」
 「그래, 오랜만에 듣고 싶구나」
 「역시 부른다면, 호수와 백조일까?」

 하이자쿠라가 스읍 찬 공기를 빨아들인다.
 지그시 눈을 감고, 그리고 가슴에 손을 얹고.
 하늘에 그 노랫소리를 냈다.

 「……부」

 음정이고 뭐고 맞지 않는, 심각하게 음정에서 빗나간 노래가 메아리쳤다.

 「자, 잠깐, 하이자쿠라」
 「음정이 맞지 않음에도 정도가 있어. 일단 첫 소절부터 맞지 않아」
 「아, 정말…… 자, 내가 부르면 이어서 불러봐」

 릴리아가 조금 조심스럽게 목을 울린다.
 그에 이어 하이자쿠라가 흉내를 내며 목소리를 낸다.

 「……호오」

 거기는 인형의 면목이 드러난다고 할까, 몇 번 곡조를 맞췄을 뿐인데 하이자쿠라는 정확한 음정을 잡았다. 감탄한 모습의 관객 아저씨에게서 탄성이 나왔다.

 「계속해서 불러봐」

「「~~~~~♪ ~~~~~♪ ~~~~~♪」」

 평온한 노랫소리가 울린다.
 릴리아에게도 그것은 어딘가 그리운 체험이었다.
 과거 극단에서 지낸 시절, 종종 이렇게 인형들과 소리를 맞춰보았다.
 다만 상대는 하이자쿠라처럼 서툴지 않았지만.

「「~~~~~♪」」

 눈과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어 준다.
 하이자쿠라의 웃는 모습이 정말 즐거워 보여서, 릴리아의 노랫소리는 조금씩 커져 갔다.

 짝짝짝짝짝

 이윽고 노래를 마치자 박수가 퍼졌다.
 눈앞에서 노래를 듣던 아저씨만이 아니다.
 정신이 들었을 땐, 주위는 인산인해를 이뤄 모두가 박수 치고 있었다.

 「멋져! 모두들, 노래 답례로 허브티를 사주게!」

 그런 말을 하자 차례차례 손님이 찾는다

 「조금 전 주문하신 고객님…… 아, 대금을 이렇게 받을 수는…… 어, 노래 몫, 이요?」

 날게 돋힌 듯 팔리는 꿀 허브티.
 내친김에 여분으로 팁을 두고 가는 손님도 있어서 완전히 대성황이었다.


집필 : 오카노 토야
삽화 : 마로야카
CV : 와키 아즈미 (하이자쿠라)
한국어 번역 : 레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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