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도셀 속이 텅 빌 때까지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근처 전망대로 이동했다. 언덕 위에는 벤치가 몇 개 놓여 있었다. 저 멀리 총주교회의 장엄한 모습이 보였다.
「그렇네, 잘 팔렸지」
「별로, 그런 건 이렇다 할……」
「………그래」
하이자쿠라는 무구한 눈으로 그렇게 말했다.
무턱대고 부정할 수도 없어서, 릴리아는 말을 흐렸다.
「여분을 가져왔으니 있지만…… 왜?」
「어…… 그래?」
「……그럼, 잘 마실게」
하이자쿠라가 등에 멘 란도셀에서 김이 나는 허브티를 따른다.
컵 절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했다.
「……맛있어」
입을 대자 꿀과 월귤의 부드러운 단맛이 퍼져간다.
얼어붙은 몸을 향신료가 속부터 데워주는 듯했다.
「어?」
「아, 이, 이건……」
무의식 중에 릴리아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황급히 손등으로 쓱쓱 닦는다.
「아냐,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왠지 그리워서……」
설마 하이자쿠라 앞에서 이렇게 마음이 느슨해질 줄 몰랐다.
「옛날, 어머니가 종종 만들어 줬구나 싶어서……」
아니, 언뜻 보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살며시 소중한 것에 다가와 주는…… 그런 하이자쿠라 앞이니까, 일지도 모른다.
「응, 벌써 몇 년이나 만나지 못했지만……」
「그렇다면, 좋겠는데……」
가만히 루비색 컵 속을 바라본다.
「……나 말이야, 버림받았거든」
문득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는 말을 담는다.
하이자쿠라가 인형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어머니는 로벨리아 사람이야. 알타리아 사람인 아버지와 맺어지는 바람에…… 굉장히 반대당한 모양이야」
「네 명이나 되는 아이를 얻었지만…… 하지만 전쟁이 지속되자 점점 박해당해서……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로벨리아로 망명하기로 했어」
「말했잖아, 내버려 두고 간 거야. 돈이나 시간 문제로…… 로벨리아에 갈 수 있던 사람은 네 명뿐이었어. 아버지와 어머니, 두 오빠…… 그걸로 전원」
하이자쿠라는 눈을 크게 뜨고 가만히 릴리아가 하는 이야기에 귀을 기울이고 있다.
「여동생은 아직 두 살이었기 때문에 양자로 들어갈 수 있었고, 나는 소녀 가극단에 팔리게 됐어」
「그래, 아이를 입단시키면 사례금을 받을 수 있어. 분명 망명을 위한 도항비 일부가 됐겠지……」
「잠깐 하이자쿠라」
「너…… 인형인데 왜 우는 거야」
하이자쿠라는 주르륵 뺨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열심히 말을 계속하려고 한다.
「다르다니, 뭐야」
「그럴……까?」
「우……」
하염없이 쏟아져 나오는 눈물.
닦지도 않고, 눈물로 뺨을 적시며 하이자쿠라는 말했다.
「흑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
그렇게 단언했을 때, 릴리아는 이제 평상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나도 만나고 싶어!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고 싶어……! 데려갔으면 했다고…… 말하고 싶어……!」
작은 몸에 꼭 매달린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릴리아는 그저 통곡했다.
* * *
「……미안해, 하이자쿠라」
눈물이 멈춰도, 아직 눈꺼풀은 부어올라 있었다.
「허브티, 완전히 식어 버렸어」
「아니, 괜찮아…… 그래도 맛있으니까」
완전히 식은 허브티로 목을 축인다.
달아오른 몸에는, 그 차가운 온도가 좋았다.
「받으라니……」
하이자쿠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양손 가득 동전탑을 내민다.
「이건……」
이런 잔돈이 얼마나 있든, 뱃삯에 보탬도 안 될 것이다.
「……그렇네, 고마워. 정말 도움이 됐어」
그래도 그 동전을 받는다.
계속 손바닥으로 꽉 쥐고 있었는지 따끈하게 따뜻했다.
「저기, 하이자쿠라?」
「하이자쿠라는 뭔가 하고 싶은 거 없어?」
「내가 로벨리아에 가고 싶듯이…… 하이자쿠라가 가진 소원이 있나 해서」
지금 생각났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말한다.
「불꽃놀이?」
「불꽃놀이는 새해 첫날뿐이야, 그러니까 또 일 년 기다려야 해」
「그, 마스터에게 말해서 보여달라고 하면 어떨까……?」
「오늘, 온종일 밖에 있었는데……」
지금 생각난 듯이, 팔짝 허리를 세운다.
너무 당황하는 모습에, 무심코 웃고 만다.
「같이 돌아가자. 나도 설명할 테니까」
「괜찮아, 분명」
그녀를 안심시키고 싶어 릴리아는 싱긋 웃는 얼굴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