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자쿠라의 집에 돌아왔을 무렵에는 완전히 주위는 어두워져 있었다. 알타리아의 겨울밤은 늑대처럼 빠르다. 낮에는 활짝 개었지만, 다시 드문드문 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네 마스터는 이미 돌아왔을까?」
「언제 돌아온다고 듣지 못했어?」
릴리아는 탄식했다. 하이자쿠라가 태평한 건지, 그 마스터가 대범한 건지.
「마스터는, 토오마 박사란 사람?」
「무슨 말이야?」
「뭐랄까…… 선진적인 사람이네」
하이자쿠라는 싱글벙글 웃고 있다. 아무래도 상당히 괴짜 같다.
「……어라?」
모퉁이를 돌자 진로를 막듯, 한 남자가 골목에서 나타나서 길을 가로막는다.
두꺼운 코트 깃을 세운 거대한 남자다. 모자를 깊숙하게 쓰고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혹시…… 저 사람이 토오마 박사?」
「어, 아니야……?」
하이자쿠라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릴리아의 등줄기에 오한이 서렸다.
「……누구?」
걸음을 멈추고 말을 건넨다. 하이자쿠라 옷소매를 잡고 걸음을 멈춰 세운다.
「꽤 훌륭한 인형을 데리고 있잖아?」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을러대듯이 웃었다.
「릴리아 아가씨구나. 전혀 연락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었다고」
「당신, 혹시……」
릴리아는 그 정체가 짐작이 갔다.
차츰, 손에 땀이 차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형을 데리고 있는 여자가 있다는 말을 들어서 말이지, 혹시나 해서 뒤쫓아 왔어」
「……이쪽도 사정이 있어. 기다리게 한 것은 미안해」
「그래, 레이디에게는 준비가 필요하니까. 그래서 이제 준비는 갖춰졌어?」
「이런 시간이야, 나중에 다시 오도록 해」
「그래, 그렇다면 실례하지…… 아, 인사라도 해 둘까」
모자를 가볍게 잡고 친절히 인사하는 남자.
그리고 천천히 눈을 밟고 다가와 명함을 내밀었다.
「……연락처라면 적어뒀어」
「됐으니 받아둬. 연락은 잊지 말고」
「………」
릴리아는 명함을 보지도 않고 받았다.
「그런데, 본 적 없는 인형이네. 이건 굉장해. 마치 인간이야……」
옆에 있는 하이자쿠라를 찬찬히 바라본다.
「괜찮아」
자기 소개하려는 하이자쿠라를, 릴리아는 멈춘다.
「가자」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난다.
「안녕히 가시길」
남자는 그 이상 파고들어 오지 않았다.
릴리아는 쳐다보는 일 없이 하이자쿠라의 손을 이끌고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
* * *
저녁으로 하이자쿠라는 간단한 수프와 빵을 대접했다. 천천히 숟가락으로 입에 넣고 있을 때 느닷없이 질문받는다.
「글쎄…… 그런 셈이지」
「하이자쿠라, 그건 안 돼」
「만약 또 그 사람을 만나면 나를 불러」
아무것도 모르는 모습으로, 생긋 웃고 있다.
이런 부분은 정말 인형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의구심이나 경계심이 전혀 없어서, 릴리아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는다.
「하이자쿠라, 너는 마치 아이 같네」
「……됐어, 그런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하이자쿠라, 너도 오늘은 많이 움직였으니까……」
그렇게 웃으며 종이 빨대에서 무언가 기름 같은 액체를 벌컥벌컥 마시고 있다.
아무래도 그게 연료인지, 등에 달린 연돌에서 확 하고 희미하게 화염이 샌다.
희미한 계피향. 어쩌면 조금 허브티가 남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이자쿠라, 고마워」
식사도 끝나고 문득 릴리아는 그렇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식기를 치우면서 하이자쿠라는 이상한 듯 반응한다.
「재워주고 맛있는 식사까지 준비해주고 돈도……」
수줍게 웃으며, 그래도 어딘가 자랑스러운 듯하다.
「뭔가 답례를 하게 해줄래?」
「하지만, 그럼 안 좋아」
하이자쿠라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마침내――
들뜬 목소리로 그렇게 제안했다.
「노래?」
「그런 걸로 좋아? 더……」
「그래? 그럼……」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낮, 전망대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겨울의 불꽃』이란 노래는 어떨까?」
「조금 달라, 불꽃이라고 해도 실제 불꽃을 노래하는 건 아니고, 겨울 추운 날에……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짐작도 가지 않는 모양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래도, 노래를 설명하자니 촌스럽네. 그걸로 괜찮다면 선물할게, 들어줄래?」
짝짝하고 작은 손으로 손뼉을 친다.
발을 가지런히 하고 무릎 위에 손을 얹고, 가만히 경청하는 자세를 취한다.
「………읏」
몇 번인가, 목청을 가다듬는다.
난로로 따뜻해진 축축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
가슴에 손을 얹고, 그리고 노랫소리를 울린다.
「~~~♪ ~~~♪」
처음에는 의자에 앉아서,
하지만 더 평온한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서, 눈치챘을 땐 일어서 있었다.
겨울의 불꽃.
밤하늘에 반짝이는 기적이여.
우리를 감싸고, 빛을 반짝이게 하소서…….
레발자크 소녀 가극단에서 계속 불러왔던 곡이다.
「~~~♪」
이윽고 마지막 가성을 내고,
극단에서 항상 그렇게 하듯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압도된 모습으로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다.
「그런, 과한 평가야」
흥분한 모습으로 마음을 전해 온다.
겸연쩍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이제…… 이걸로 좋아?」
「더 노래해 주고 싶은 심정이지만…… 이제 밤도 늦었으니」
「뭐…… 고생한 건, 고생했네. 여러 가지 있었으니까」
「아, 잠깐……」
활짝 웃으며, 침실 방향으로 향한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돌아왔다.
「네?」
「확실히. 첫 노래는 심각했지」
「그렇, 네…… 그럴 수도」
「그렇, 네. 다시…… 노래할까?」
꾸벅 인사하고, 그리고 침실로 간다.
「………」
조금 가슴이 괴롭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언제까지나 그녀가 베푸는 호의에 응석 부릴 수도 없다. 조만간 토마 박사도 돌아올 것이다.
「……미안해, 하이자쿠라」
기어드는 목소리로 사과한다.
「나, 네게 거짓말만 하고 있어……」
그 말을 들은 것은, 방 한구석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는 말하지 않는 인형뿐. 가만히 잠자듯 눈을 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