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기울자 몸속부터 얼 듯한 추위가 닥쳤다.
눈은 전혀 멈출 기색이 없고 번화가에 하얀 융단을 깔고 있다. 적어도 몸이 젖는 일은 피하기 위해, 셔터를 내린 상점 앞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달도 보이지 않는 밤, 멀리서 희미하게 켜진 가스등만이 기댈 곳이었다.
「하이자쿠라…… 너는 따뜻하네」
스톨을 둘이 쓰고 몸을 맞대고 있다. 하이자쿠라의 몸은 따뜻하게 발열해서 얼어붙은 몸을 조금씩 풀어 준다.
「정말이네…… 콜록……」
농담이 아니라 그녀가 없었으면 동사했을지도 모른다.
「미안해」
「또 거짓말을 했어…… 그 인형은 말이야, 몰래 팔려고 했거든」
「부자에게 있어서 인형은 사회적 지위를 보여줘. 하지만 지금은 민간 인형은 거의 나돌지 않거든…… 그러니까 비싸게 팔려. 몰래 가지고 나왔어…… 아니, 훔쳤어」
「그런 건 알아……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
어쩔 도리 없이 슬퍼서, 눈물이 글썽이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는 로벨리아 피가 흘러…… 어머니의 피야. 극단에는…… 아니, 이 나라에 있을 장소는 없어. 매일, 매일…… 심한 취급을 받고…… 그래도 수용소에 보내지 않은 것만큼은 다행이지만……」
「그래서 돈을 손에 넣어…… 어머니 아버지에게 가고 싶었거든. 내가 있을 장소에…… 하지만, 이제 그건 무리겠네……」
「안 돼. 그 녀석들과의 약속을 깼어…… 돈 따위 제대로 지불해 줄 리 없어. 아니, 분명 지금도 나를 찾고 있겠지…… 발견되면 어떤 꼴을 당할지……」
「미안해 하이자쿠라, 이런 일에 말려들게 해서. 빨리 마스터와 합류해. 소유자가 곁에 있으면 서툰 짓은 못 하니까…… 그러니까」
「나는……」
하이자쿠라가 뱉은 의문에, 릴리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다만 고요히 눈 내리는 하늘만 바라보았다.
「……국경이라도, 넘어볼까」
「그렇네, 계속 계속 걸어가서…… 국경선만 넘으면 그곳은 로벨리아야」
헛웃음이 샌다.
자신이 얼마나 무모한 짓을 말하는지 알고 있다. 그래도 공상이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버틸 수 없었다.
「황군의 감시를 피해 빠져나가서, 숲을 잘 벗어나서, 후후훗……」
깨달으면 옆에 있던 온기가 없어져 있었다.
하이자쿠라가 일어나서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화내지 마」
바보 같은 말을 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것이 자살 행위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도……
「그럼…… 뭐야?」
「……어?」
하이자쿠라는 매우 진지했다.
꽉 릴리아의 손을 잡고 열심히 잡아당겨 몸을 일으켜 준다.
「하이자쿠라, 너 설마……」
손을 잡은 채 하이자쿠라는 방긋 웃었다.
* * *
눈 모자를 쓴 침엽수림이 밀집해있고, 그 안쪽에는 완전한 어둠이 펼쳐져 있다. 발밑에는 명색뿐인 철책이 깔려있고 구석에는 간소한 경고 간판. 사실 이 정도의 주의 환기로도 충분했다. 알타리아에 사는 사람 중에서 이 숲을 벗어난다는 의미를 모르는 자는 없다.
황군의 전선은 이보다 훨씬 앞이다. 그사이에 수비 부대, 지뢰밭, 오염 지대와 온갖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섣부른 침입자는 적 스파이로 간주될 것이 틀림없다. 하물며 릴리아는 로벨리아인 피가 흐르고 있다.
「하이자쿠라…… 정말 괜찮아?」
떨리는 목소리로 옆에 있는 인형에게 물었다. 장갑 너머로 작은 손끝의 감촉이 느껴진다.
아무것도 불안하지 않은 모습으로, 빙긋 하이자쿠라는 웃었다.
왠지 그 표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안도감이 치민다. 그녀가 옆에 있어 주는 것이, 진심으로 기뻤다.
「……고마워」
꼬옥 그 손을 잡고.
「가자, 하이자쿠라」
이윽고 눈을 딛고 가시 철책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