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이 있었다.
굉장한 불안감을 주는 손전등 불빛이 주위를 비추고 있다. 릴리아가 갖고 있던 것과 동형, 민간에 팔기 전인 군수품이다. 사람 그림자 뒤에는 유달리 큰 이형의 모습. 등에 있는 연돌에서 하염없이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황군이야」
「발견된 모양이네. 그것도 당연하지만……」
이쪽을 경계하는 모습으로 한발 한발 다가온다.
때때로 달빛을 반사하는 것은, 아마 소총이겠지.
「하이자쿠라, 너 황군 소속이지?」
「방에서 봤어, 네 마스터가 둔 코트…… 옷깃 휘장을. 군에 속한 사람이지? 그것도 당연하지만」
이제 와선 자율인형(오토마타)은 전쟁에서 필수품이다. 그 마스터라고 하면 대충 짐작이 간다.
「황군에 보호받아, 그게 가장 안전해」
「안심해, 하이자쿠라. 나는 갈 거야…… 어디까지라도 계속 달릴 거니까」
실제로 릴리아에게는 그것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황군에게 붙잡힌다면 수용소로 보내질 뿐이다. 인형을 훔친 죄를 생각하면 더 무거운 벌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작별이야, 하이자쿠라. ……고마워」
스톨을 휘날리며, 그 자리를 떠나려 한다.
「오지 마!」
허겁지겁 뒤따르려 드는 하이자쿠라를 강제로 밀린다.
「여기까지로 괜찮아…… 이제는 나 혼자 갈게. 너를 위험한 일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아……」
「괜찮아. 충분히 도움이 됐어…… 내게 있어서 최고의 자율인형(오토마타)이었어」
스며 나온 눈물이 얼어붙은 속눈썹을 녹인다.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활짝 릴리아는 웃어 보였다.
「정말로 좋아해. 하이자쿠라」
그리고 뒤돌아보는 일 없이 릴리아는 달리기 시작했다.
거친 길을 똑바로, 앞으로 넘어질 듯하면서도 달려간다.
어디로? 목적지는 이제 릴리아도 알지 못했다. 다만 무작정 몸이 움직임을 멈추는 그 순간까지 계속 달리겠다고 생각했다.
숲속에, 한 발의 총성이 메아리쳤다.
* * *
정신을 차리자 릴리아는 눈밭에 쓰러져 있었다.
얼어붙은 몸에는 아무런 감각도 없다. 다만 정적을 가른 굉음만은 똑똑히 기억해서, 지금도 이명이 그치지 않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발포 소리에 놀라 주저앉다 버렸다고 생각했다. 어서 이 자리를 떠나지 않으면 안 돼, 그렇게 생각하며 일어섰지만 몸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어떻게 두 발로 걷고 있었는지 그 방법을 몽땅 잊어버린 기분이 든다.
간신히 움직이는 손을 뻗어 허벅지 언저리를 쓰다듬는다.
뜨뜻미지근한 감촉이 들었다.
「아아……」
눈앞에 손을 가져오자 짙은 쇠 냄새가 난다. 출혈하고 있다. 역시 맞은 것이다. 혹시 다리를? 그러니까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일까……
멀리서 하이자쿠라의 목소리가 난다.
필사적으로 눈을 딛으며, 다가오는 모습도.
「제발, 오지 말아 줘…… 하이자쿠라」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틀림없이 저 아이니까, 몹시 걱정해서 마음 아파할 것이다. 빨리 황군이 보호하고 안전한 장소로 데리고 가면 좋겠다고 바랐다.
여기서 이별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만 그런 부탁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어린 티가 섞인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슬픔으로 뒤섞여 울린다.
「작별이라고…… 했는데……」
어디선가 고함소리가 들린다.
황군 병사들일까? 뭔가 크게 다투고 있다. 마찰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이제 릴리아에게는 관계가 없었다.
「괜찮아, 하이자쿠라…… 그만둬」
「마땅한 응보야. 나는 여러 사람을 배신하고…… 거짓말을 했어. 그래서 벌을 받은 거야」
「너는 이상한 인형이야……」
하염없이 눈에서 냉각액…… 눈물이 넘치고 있다.
「하이자쿠라…… 기뻤어. 이런 형편없는 나를 믿어 줘서……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여 줘서……」
「너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나는…… 안심했어. 있을 장소가 생겼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 감각, 정말 몇 년째 느낀 적 없었어……」
「……그런 곳은 분명 처음부터 없었을 거야」
그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릴리아를 소녀 극단으로 내버린 채…… 편지 하나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
「좀 더 빨리, 만날 수 있었다면…… 아니」
살짝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해도 소용없다.
「나와 만나줘서 고마워…… 하이자쿠라」
꼬옥 손을 잡아 준다.
포근하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바닥. 지독하게 쓸쓸했던 세계에 있어 그것만이 생명을 느끼게 했다.
「있지…… 내 친구로…… 있어 줄래?」
「다행이다……」
후우, 하고 숨을 토한다.
왠지 몸이 가벼워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희미하게 대지가 흔들리고 있다.
기계 구동음이 다가온다.
올려다봐야 할 정도의 체구. 붉게 발광하는 카메라 렌즈, 손에는 기관총…….
이형 병사.
황군의 기계인형이다.
하이자쿠라가 필사적으로 호소한다.
그 눈동자가 붉게 명멸하는 것은 무언가 인형만이 전할 수 있는 암호일까.
하지만, 그 바람이 전해질 일도 없다.
릴리아는 도망자, 적국 국민으로 죄인인 것이다.
이 나라 누군가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 리가 없다.
설원에 가라앉는 기분으로 천천히 눈을 떨어뜨린다.
인형들 눈동자에서 나던 발광이 희미한 잔광이 되어 남는다.
옛날, 새해 날을 떠올렸다.
눈이 내리는 밤, 가족 모두가 식탁에 둘러앉았던가.
아버지, 어머니, 오빠……
새빨간 촛불을 켜고, 왕관 모양 케익을 먹고…… 꿀이 든 달콤한 허브티를 마셨다. 모두 함께 노래를 불렀다. 겨울의 불꽃…… 창밖에 빛이 깜박이고…… 그 색깔도 붉은색이었던 기분이 든다…… 행복한 날…… 내가 있을 장소…… 그래…… 있었지……… 사랑한다고……… 그렇게, 말해 주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