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 돌 앵콜
04-1 흑묘정의 토끼 (1)

 그것은 폐점 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이자쿠라 「……뮤?」

 하이자쿠라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손님이 떠난 플로어에 흑묘정 스태프가 모두 모여 향후 방침 따위를 의논하고 있었다.
 웬일로 오쿠노미야 씨도 참가하고 있다.
 책상 위에 놓인 자율인형 수만큼의 땅콩버터셰이크.
 나와 오쿠노미야 씨 앞에는 김이 나는 커피.
 모두 가만히 하이자쿠라를 보고 있다.

하이자쿠라 「새로운 메뉴를…… 제가 생각하는 걸까요!?」

 이번에는 큰 목소리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카라스바 씨는 유달리 농후하게 땅콩버터셰이크가 든 컵을 거머쥐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이자쿠라 「하, 하지만, 저 같은 게 흑묘정의 새로운 메뉴를 생각해도 괜찮을까요?」
겟카 「조금씩이긴 하지만 종업원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적당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한 단계 더 흑묘정 업무에 파고드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겟카는 조용히 별다른 감정을 싣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하이자쿠라 「뮤뮤뮤~」
우사미 「하하하…… 그래도 메뉴를 만드는 건 나니까…… 어렵지 않게 부탁할게」

 그렇다. 말하기는 쉽지만 만들기는 어렵다.
 나도 조리에 익숙해졌다고는 하나 아직 일 인분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난이도가 높은 메뉴라면 호키보시 씨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이자쿠라 「여러분도 지금까지 새 메뉴를 생각해 오셨나요?」
겟카 「오믈렛은 제 발안입니다」
오토메 「조용한 시간을 보내도 나쁘지 않았지만, 간단한 식사가 있는 편이 기쁜 것이다」
하이자쿠라 「오너는 그 무렵에 아직 오너가 아니었나요?」
오토메 「그래, 아직 군에 근무할 때라. 휴식 삼아 종종 들렀지」

 오쿠노미야 씨가 과거 흑묘정을 그리워하듯 웃는다.

오토메 「하지만……」

 ──것도, 잠시.
 다시 힘주어 분위기를 잡으며 목소리 톤을 떨어뜨렸다.

오토메 「거듭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메뉴에 넣지 못하는 것이 있지」
우사미 「어? 오너인데 거절당하는 메뉴가 있나요? 그건 대체……」
오토메 「술이다」
우사미 「……술, 이요?」
하이자쿠라 「뮤? 흑묘정에는 흑묘 브랜디라는 명물이 있어요. 와인도 취급하고 있고……」
오토메 「……맛있는데」
오토메 「훗, 오너라고 해도 결국은 대리, 발언권이 전무하구나……」

 오쿠노미야 씨는 어깨를 움츠리며 약간 비굴스럽게 웃는다.

오토메 「뭐, 맡겨 두지. 아, 그래」

 오쿠노미야 씨가 무언가를 생각해낸 듯 고개를 든 뒤,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그리고 하얀 봉투를 꺼냈다.

오토메 「카라스바, 네 앞으로 온 편지를 맡고 있어」

 카라스바 씨의 눈이 무엇인가를 기대하듯 크게 뜨인다.

오토메 「아니, 유감이지만」

 원하던 편지가 아닌 것을 알자 바로 어깨를 떨군다.
 마스터라는 사람은, 선대 오너일까.

오토메 「황도 6구라고 적혀 있네」

 6구라면 황도 최대 크기 환락가이다.
 그런 곳에서 온 편지……?

오토메 「뜯지 않았어. 스스로 확인하도록 해」

 카라스바 씨는 얼굴이 역력하게 경직되면서 오쿠노미야 씨가 든 봉투에 손을 뻗는다.
 들고도 당장 열지 않고 가만히 봉투를 보고 있다.

겟카 「봉투칼입니다」

 눈치가 빠른 건지, 분위기를 못 읽은 건지, 겟카가 쓱 봉투칼을 내민다.


 뭔가를 체념한 듯이 한 번 눈을 감고 받은 봉투칼로 편지를 뜯는다.
 그리고 안에 들어 있던 편지를 천천히…… 얼마나 보기 싫은지 묻고 싶을 정도로 정말 천천히 열었다.
 편지와 함께 뭔가 큰 카드 같은 것이 끼어 있다.

하이자쿠라 「……?!」
우사미 「……?!」

 괴상한 비명을 지른다.
 카라스바 씨의 뺨이 경직되고 얼굴이 새파랗게 되어 있었다.


하이자쿠라 「……저, 카라스바 씨, 편지엔 뭐라고 적혀 있었나요?」

 아무것도 아닐 리가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카라스바 씨가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한다.
 그리고 뱉지 않고 잠시 모아서……
 자신 안의 감정을 내버리듯 깊게 깊게 내뱉었다.
 그대로 뚝 어깨가 처지고 고개를 숙인다.


 생기 없는 목소리.
 하지만 오쿠노미야 씨와 겟카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이 카라스바 씨가 처할 상황을 예상하고 있던 걸까?

하이자쿠라 「뮤……?」

 하이자쿠라는 왠지 불안해 보인다.

하이자쿠라 「네, 넷」

 그 말을 신호로 오쿠노미야 씨와 겟카가 자리를 뜬다.

우사미 「어?」
하이자쿠라 「무슨 일이세요?」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와 하이자쿠라.
 하지만……

겟카 「알겠습니다」
오쿠노미야 「매출 대장은 내가 대신 확인하지」

 두 사람은 카라스바 씨가 한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어딘가 공허한 미소를 띠우는 카라스바 씨에게, 나와 하이자쿠라는 더 이상 말을 걸 수 없었다.


집필 : 카이
삽화 : 마로야카
CV : 쿠스노키 토모리 (카라스바)
한국어 번역 : 레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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