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도에 비가 내린다.
아침부터 잔뜩 우중충한 흐린 하늘. 오후부터는 부슬부슬 내리며 돌계단을 적시고, 밤이 된 지금도 희미하게 빗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당연하게도, 지금이 장마철이기 때문이다.
폐점 직후의 흑묘정, 정성껏 테이블을 닦고 있자 점점 이마에 땀이 배어 온다. 살며시 열린 작은 창에서 들이쳐오는 사늘한 바람이 상쾌하다. 가게 한쪽에선 샤노가 계속 얼굴을 닦고 있었다.
카라스바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카라스바 씨가 콧노래를 부르며 마루를 걸레로 닦고 있었다. 항상 긴장을 유지했을 텐데 이렇게 신바람이 난 경우는 드물다. 그러고 보니 영업 중에도 계속 웃는 얼굴이었지.
카라스바 「라라라~라라~♪」
부츠 소리를 내며 화려하게 한 바퀴 휙 돈다.
점점 상태가 이상하다. 비가 계속 오는 바람에 손님들 발길도 뜸하고, 식재료도 쉽게 상하고, 머리도 제대로 정리하기 힘들 텐데.
우사미 「……뭔가, 좋은 일이 있었어요?」
호키보시 「후후후……실은 말이죠~」
옆에서 설탕 상자를 회수하고 있던 호키보시 씨에게 이유를 물어본다. 오늘 술집 일은 휴가를 받은 듯 흑묘정에서 심부름 겸 내 요리 공부에 어울려 주고 있었다.
호키보시 「선대 오너가 귀국한다고 해요」
우사미 「선대라고 하면……」
호키보시 「그래요, 카라스바 씨와 우리를 고쳐준 마스터예요. 계속 대륙에 있었지만 말이죠~」
우사미 「오쿠노미야 씨가 말했었죠. 알타리아에요?」
호키보시 「로벨리아에요」
우사미 「어」
무심코 청소하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든다.
우사미 「그 로벨리아요?」
호키보시 「네, 36년간 계~~~속 전쟁한 제정 로벨리아에요」
우사미 「몰랐어…… 갈 수 있었군요」
호키보시 「종전했다고 하지만, 엄청 큰일이었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평화적인 기술 교환이라는 명목으로……」
우사미 「그래서 가능했군요」
호키보시 「조작과 뒷공작을 통해 억지로 가능했다고」
우사미 「하하하…… 용기 있네요」
호키보시 「한번 말을 꺼내면 듣지 않는 사람이니까 말이죠~」
우사미 「하지만, 카라스바 씨는 걱정이겠어요. 무사히 돌아오면 좋겠는데요」
호키보시 「분명 그 점은 문제없겠네요. 레첼을 데려갔으니까」
우사미 「레첼……」
호키보시 「그녀는 로벨리아제 자율인형(오토마타)이니까」
호키보시 씨와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시원한 소리를 내며 도어벨이 울린다.
하이자쿠라 「다녀왔어요!」
하이자쿠라가 돌아왔다.
우산을 접고 빗방울을 떨어뜨리고 있다.
심부름이 있어서 오너인 오쿠노미야 씨에게 다녀온 것이다.
우사미 「어서 와, 젖지 않았어?」
일단 수건을 가지고 마중 나간다.
하이자쿠라 「우천용 나막신을 빌렸기 때문에 문제없었어요! 그보다 큰일이 일어났어요」
우사미 「엇, 무슨 일인데?」
호키보시 「배낭에 비가 들어갔다든지? 그렇다면 만일을 위해 점검해야……」
하이자쿠라가 한 말을 듣고, 호키보시도 온다.
하이자쿠라 「아뇨, 방수가 되는 기름종이를 감아 주셨으므로 그것은 괜찮지만요~」
우사미 「그럼 큰일이란 건?」
하이자쿠라 「기계인형(메카니카) 폭주 사고가 있었대요!」
그 말에 움찔하고 반응하는 카라스바.
카라스바 「……뭐라고?」
하이자쿠라 「2구에서 소동이 일었다고 해요」
카라스바 「설마 전투용 기계인형(메카니카)? 하지만 그것은 이제……」
하이자쿠라 「아뇨, 이런 크기인……멍멍이 정도 사이즈라고 해요!」
우사미 「……멍멍이?」
아무리 봐도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내가 아는 기계인형(메카니카)이라고 하면 엄숙하고 중량감 있는 전투용 인형이다. 정전 조약에도 포함된 대로 제조·운용이 금지되고 있다. 전후 당장은 충분히 관리되지 않아 사고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완전히 대책이 마련됐을 것이다.
호키보시 「분명 하역용 제4세대 인형이겠네요. ‘긴타로’가 아닐까요?」
카라스바 「아, 그러고 보니」
우사미 「그런 게 있나요?」
호키보시 「산악 지대에서 짐을 나르기 위해 개발된 인형이야. 개로 보일지도 모르겠네. 전투력은 없지만……」
호키보시 「그래도 마력이 있어서 꽤 위험해」
하이자쿠라 「뮷, 무서워요」
카라스바 「……그 아이도 불쌍하네」
호키보시 씨와 카라스바 씨가 말하길 폭주 인형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기계인형(메카니카)은 명령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 자신의 상위 기종이 잘못된 명령을 보내거나 과거의 명령을 취소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곁에서 보면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하는 듯이 보인다. 이 상태를 폭주라고 일컫는 것이다.
아마 그 「긴타로」도 어떤 수송 명령이 계속 남은 상태였고, 마침 발견한 누군가가 호기심으로 기동해서 이런 결과가 됐겠지…… 라는 것이다.
카라스바 「조심해야 돼. 밤에 밖을 너무 다니지 않는 편이 좋아」
호키보시 「나, 지금부터 술집으로 돌아가는데……」
카라스바 「호키보시라면 괜찮지 않을까?」
호키보시 「걱정해 주세요~」
* * *
폐점하고 나서도 한동안 호키보시 씨는 연습에 어울려 줬다.
역시 다 구워지기를 기다리기엔 너무 늦기 때문에 오븐에 세팅하는 곳까지만 도움을 주고 귀가했다. 폭주 사고는 궁금하지만 호키보시 씨는 사실 별로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카라스바 씨 말대로, 호키보시 씨라면 괜찮아……일지도 모른다.
우사미 「그래 그래, 좋은 느낌으로 됐어」
오븐을 열자 달콤한 향기가 주방 안을 가득 채운다. 직사각형 케이크 모양으로 알맞게 부푼 모습. 테이블 위에 꺼내자 따끈따끈 김을 내며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게 흔들렸다. 조각칼로 쪼개어 보면……
우사미 「……오오」
무심결에 감탄사가 샌다. 파운드 케이크 안은 훌륭한 황금빛으로, 건포도가 아닌 갓 쪄 먹음직스러운 검은콩이 밑면에 가득 차 있었다. 모양새는 더할 나위 없다. 뜨끈뜨끈한 한 조각을 먹어 보자 무심코 펄쩍 뛸 정도로 맛있었다.
이것은 팔린다.
커피와 궁합도 딱 맞아서 모두 찬성해 주겠지. 나는 즉시 작게 나눠 작은 접시에 부지런히 담았다. 이 감동을 나누고 싶어. 이 정도 크기면 인형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권한다면 역시 그녀일 거라 생각했다.
* * *
우사미 「하이자쿠라, 일어나 있어?」
문을 노크해도 반응이 없다.
있을까? 하고, 조금 문을 열고 불러 보았다.
우사미 「이런…… 자는 걸까」
언뜻 가늘고 하얀 발이 보였다.
하이자쿠라는 배 위에 손을 얹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눈은 감고서 평온하게 자는 얼굴이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자고 있지 않고 전원을 끄고 휴면 상태가 된 것이지만. 논리기관를 너무 장시간 가동하면 좋지 않은 모양이라 이렇게 인간처럼 쉴 필요가 있다고 한다.
우사미 (모처럼이고, 두고 갈까)
행주를 덮어두면 마르지 않을 것이다. 식어도 맛있다고 호키보시 씨도 말했고. 그래서 실내에 들어와 책상 위에 살짝 접시를 뒀다.
우사미 「………」
하이자쿠라의 모습을 본다.
캄캄한 실내. 달빛만이 그 얼굴을 비추고 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진한 자는 얼굴이다. 아니, 실제로 하이자쿠라는 아이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무엇 하나 기억하지 못하고, 하지만 소중한 것만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왠지 그 부드러운 머릿결을 쓰다듬고 싶어서 살며시 손을 뻗는다.
살짝 바람이 불어 그 앞머리를 흔든다.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정신을 차리자 창문이 열려 있고 커튼이 흔들리고 있다. 들린 것은 나도, 하이자쿠라도, 하물며 흑묘정 어느 인형도 아닌 목소리…….
달빛이 들어오는 창가. 마치 고양이 같은 유연함으로 몸을 일으키는 검은 그림자.
가지런히 자른 은발이 살랑 흔들린다. 붉은 눈동자가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사미 「………어?」
그렇게 생각한 다음 순간.
그녀는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에 존재하지 않듯이.
도대체 방금은 무엇이었을까……?
우사미 「히이!?」
깨달았을 땐 목덜미에 차가운 감촉이 있다.
배후에 기척이 있다. 장갑을 착용한 날렵한 손끝.
거기에 쥔 것은―― 차가운 빛을 내는 나이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