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원은, 여전히 햇빛을 받으며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젯밤은 조금 추웠기 때문에 또 눈이 내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도는 한번 제설을 한 듯, 진흙으로 그린 바큇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등의 연돌에서 하얀 증기를 조용히 뿜으며, 지도를 따라 목적지로 향한다.
찾아온 것은 항구……라고 하기에는 아담한 부두다.
간소한 잔교와 작은 창고. 털모자를 쓴 우체부 남성이 쉬엄쉬엄 일하고 있었다.
말을 걸자 카라스바를 꽤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애초에 자율인형이 낯선 기색이다.
우체부 「아, 짐 건이군」
이해한 모양이다.
란도셀 위에 짊어지고 있던 보따리를 풀고 소포를 내놓는다.
우체부「동방인은 신기하게 운반한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 알타리아인들은 대체로 삼베로 만든 자루를 목에 걸고 짐을 나른다. 카라스바가 보기엔 그쪽이 더 휴대하기 힘들어 보였지만.
우체부「벌써 몇십 년째 싸워대는 모양이지만, 이 섬은 변함이 없어.」
우체부「식솔들 생활비 정도는, 스스로 벌 수 있으니까. 특이한 일이라고 하면 가끔 너희들 황군이 오는 것 정도야」
카라스바가 있던 서남부 전선과는 크게 다르다. 헬레나 제도는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전략상 요충지도 아닌, 어업과 농업으로 살아가는 작은 섬이다. 그래서 황군도 섬은 휴양지로 지정했을 것이다.
우체부「글쎄다, 농업용은 쓰겠지만……」
그렇게 인형과 관해 묻자, 우체부는 말끝을 흐렸다.
우체부「그만둬라」
우체부「나는 이런 일을 하기 때문에 익숙해져 있지만……이 섬의 인간은 외지인을 신용하지 않아. 하물며 동방인이라면 더욱 그렇지. 서로 연루되지 않는 편이 낫다는 말이야.」
확실히 카라스바는 이 섬에 있어서 이물이다. 그들에겐 머나먼 동방에서, 이 대륙을 정복하기 위해 온 것이니까.
보자기를 접고 꾸벅 고개를 숙인 뒤 자리를 떠났다.
* * *
돌아오는 길, 해안을 따라 걸어간다.
건너편에 어렴풋이 대륙이 들여다보인다. 보트 한 장만 있으면 건널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해류가 빠르기 때문에 그리 쉬운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시야에 들어오는 파도는 잔잔하고, 물새는 하늘을 활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섬의 온화함은 섬사람의 것이지, 카라스바를 비롯한 동방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순간일 뿐인 낙원……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어딘가 불편한 심정이었다.
문득 담황색 기체가 눈에 띄었다. 트럭 정도의 크기, 갑각류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네 다리를 가진……농업용 기계인형이다. 꽤 세월을 견딘 외견을 보아, 황국에서 사용하던 물건을 중고로 들여왔을 것이다. 봄을 대비해 시운전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연돌에서는 거무스름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연료가 잘 연소되지 않은 것 같다. 엔진 문제인가, 혹은 논리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인가.
인형의 식별 번호를 확인한다. 이것이라면 카라스바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논리기관끼리 링크하면 문제도 파악할 수 있겠지. 그래서 살며시 그 체구에 손을 댄다.
희미한 공명 진동. 시야가 붉게 명멸한다.
전쟁터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기계인형을 조종하려 했다.
희미하게 가슴 속이 따끔하게 타들어 가는 감각을 느꼈다.
황급히 손을 뗀다. 의체온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황급히 냉각하기 위해 란도셀이 증기를 내뿜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여자아이「뭐 하는 거야?」
깜짝 놀라 뒤돌아본다.
거기에는 열 살 정도의 여자아이가 한 손에 공구를 들고 서 있었다.
여자아이「그 아이를 건드리지 마」
여자아이「황국의 전쟁 인형이 무슨 일이야!?」
공구를 꽉 쥐고 있다. 여차하면 이 무기로 기계인형을 지키겠다고 말하듯.
이 섬의 인간은 외지인을 신용하지 않아. 하물며 동방인이라면 더욱 그렇지――우부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카라스바도 연루되는 것을 피하려고 했다.
살짝 기계인형에서 떨어져 거리를 둔다.
여자아이는 경계하면서도 기계 위에 타, 어떻게든 고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그 손놀림은 아무래도 서툴러서 고칠 만한 모양새가 아니다.
그래도 내버려 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현지 섬사람과 불필요한 갈등을 겪지 말아야 한다. 슬그머니 이 자리를 떠나고 마스터에게 소포를 건네면 그만이다.
잠시 눈길을 걷다가 문득 돌아본다.
아직도 검은 연기가 뻗치고 있었다.
잠깐 머뭇거리던 카라스바는, 이윽고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여자아이「……전쟁 인형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아」
여자아이「메이드 인형……?」
그 말에서 상당히 위화감을 느낀 듯,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여자아이「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