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 돌 앵콜
06-08 눈꽃 문양 (8)

오토메「신세를 지는군」

 오늘 밤은 이미 늦었기 때문에, 오쿠노미야 소령은 하룻밤 머물고 가기로 했다.
 손님용 방으로 안내한다. 이런 일도 생길까 봐 미리 침대를 정리해 두었다.


 하지만, 인형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유키하「의자 하나를 빌릴 수 있나? 그걸로 족하다」
유키하「오쿠노미야 소령님,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오토메「그래, 푹 쉬도록」
유키하「네!」

 유키하는 경례를, 카라스바는 묵례를 하고 둘은 방을 떠났다.


「……방? 인형에게 방은 필요하지 않다」
유키하「설마, 네게는 개인실이 주어져 있는가?」
「알 수가 없군. 인형은 의자 한 개만 있으면 쉴 수 있는데」

 그 목소리에는, 어딘가 가시가 돋쳐 있었다.

유키하「너는 383연대에 소속된 자율인형이었다더군」
유키하「명예로운 부대다. 그런데, 이런 데서 괜히 시간을 허비하고 있어도 괜찮은 건가?」
유키하「지체하지 말고 초기화하면 된다」

 딱 잘라서 하는 말을 듣고 카라스바는 할 말을 잃었다.

유키하「망가진 부품은 고스란히 새로 바꿔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지우면 된다」
유키하「그래, 그것이 황국을 위해서다. 토오마 박사도,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고철 덩어리나 다름없었던 네 모습을 고쳤겠지?」
유키하「……실은,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문득 눈을 돌리고, 나직이 중얼거린다.

유키하「네 활약은 들었다, 그 무용도. 이런 벽지에서 하인 같은 일을 하는 것은, 네 역할이 아니다.」
유키하「말이 지나쳤다면 사과하지. 부엌 의자를 빌리겠다」

 성큼성큼 걸어간다.


 복도를 비추는, 석유등의 어스름한 불빛.
 혼자 남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       *       *


 삽으로 눈을 헤치며 길가를 제설해 간다.
 한동안 따뜻한 날이 지속되다가, 요 며칠 간은 갑자기 추워지면서 계속해서 폭설이 내렸다. 황국에서 소위 말하는 꽃샘추위일 것이다.

로사「여엉……차!」

 뒤를 이어서, 조금 작은 삽을 든 로사가 따라서 눈을 치우고 있었다.

로사「미안해, 카라스바 언니, 도움을 줘서……」

 연돌에서 증기를 내뿜으며 미소 짓는다.
 오랜만에 찾아온 맑은 날. 눈은 서서히 녹기 시작해, 더 굳게 뭉치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눈을 치우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저택의 눈 치우기를 마친 뒤 로사의 집에 들러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가족인 할아버지는 다리가 좋지 않기 때문에, 혼자서 그 작은 몸으로 일하고 있었다. 삽을 빌려서 둘이서 눈을 치우기까지 약 한 시간이 걸렸다.


 자택 지붕과 입구를 제설하는 것부터 시작해, 가도로 이어지는 길까지 해치우고 보니, 곳곳에 붕긋하게 눈으로 산이 생겼다.

로사「눈사람 만들자」
로사「재밌겠다」

 뺨이 붉게 물든 채, 로사는 방긋 웃었다.
 목표가 생기면 작업도 진척된다. 가도까지의 길을 완벽히 치우고, 이번에는 눈덩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로사「영차, 영차……」

 데굴데굴 눈을 굴려 간다.
 머지않아 로사 키의 절반까지 성장했다.

로사「어, 다리가 아니야?」
로사「그럴게, 이 위에 몸통이 붙고 머리가 올라가는 거잖아?」
로사「눈사람은 보통 삼 단이야」
로사「애초에, 오뚝이 모양이 뭐야?」
로사「그건 다리가 어디에 있어?」
로사「이상해」

 키득키득 웃는다. 아무래도 눈사람 하나라도, 이국과는 사고방식이 다른 것 같다.

로사「오뚝이 모양으로 만들지 않아도 돼?」

 눈덩이 두 개를 더 부지런히 만들어, 함께 들어 올린다. 역시 머릿단을 올리는 것은 힘들었지만, 고생 끝에는 이윽고 올려다볼 정도의 거대한 눈사람이 탄생했다.

로사「우와……나 눈사람 만든 거 처음이야」

 문득, 희미하게 타는 냄새가 감돈다
 황급히 연돌을 보니, 희미하게 거무스름한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로사「카라스바 언니, 무슨 일이야?」

 비축분을 아끼려고, 오늘 아침엔 연료를 적게 채운 것이다. 제설 노동량을 어림잡지 못했다.

로사「그거, 우리 기계인형과 같은 걸로 괜찮아?」
로사「안 돼.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해?」
로사「우리 집에서 마시고 가. 지금 준비할 테니까」
로사「됐으니까 여기로 와, 얼른!」

 로사의 작은 손에 이끌려, 실내로 초대받고 있었다.



집필 : 오카노 토야
삽화 : 마로야카
CV : 쿠스노키 토모리 (카라스바)
한국어 번역 : 레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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