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 돌 앵콜
06-09 눈꽃 문양 (9)


 황금빛 액체가 가득 담긴 컵을 기울인다.

로사「맛있어?」

 처음은 기계인형(메카니카)용 연료를 생각한 것 같지만, 품질이 별로 좋지 않아서 대신 요리용 해바라기유를 부어주었다. 의자에서 쉬면서 천천히 보급하자, 이윽고 배낭의 배기도 안정이 됐다.


로사「왜 사과해?」
로사「……나, 폐를 끼쳤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로사「언니랑은 친한 사이니까」
로사「아니야?」
로사「그러니까 곤란한 일이 있으면 뭐든지 말해. 우린……친구잖아?」

 그 말의 의미를 카라스바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친구라는 것을 실감해본 적이 없었고, 왠지 신기한 기분이었다.

로사「아니야……?」
로사「응!」
로사「맡겨줘」

 빙긋 웃는다.
 처음 만났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부드러운 미소였다.

로사「이 섬에는, 없어」
로사「계속 할아버지랑 같이 있었고, 섬에는 동갑도 별로 없고, 있어도, 놀아주지 않으니까……」

 이전에 우체부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헬레나 섬의 사람은 다른 사람을 신용하지 않는다.……그것은 카라스바가 인형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로사「아무도, 내 말을 믿어 주지도 않고……」
로사「하지만,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걸」
로사「……정말로?」
로사「………」

 시선을 떨구고,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뭔가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윽고 마음을 정한 듯 고개를 들었다.

로사「……산속에, 황국의 비행기가 불시착했어」
로사「거기에는, 작은 인형이 타고 있었어.」
로사「나 깜짝 놀라서, 도와주고 싶어서……섬의 아이에게도 말했는데……거짓말쟁이라고……」
 어제, 마스터와 오쿠노미야 소령이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벌컥벌컥 해바라기유를 마시고, 일어났다.


*       *       *

 농경용 기계인형을 타고, 조심스럽게 눈길을 따라간다.

「딱 겨울이 되기 전, 첫눈이 내린 날이야. 할아버지와 함께였는데, 기계인형(메카니카)의 연료가 떨어져서, 밤이 되어도 돌아갈 수 없어서…… 그래서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잤어. 비행기를 본 것은 심야였고, 할아버지에게도 말했지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그 위에서 흔들리면서, 카라스바는 지도를 펼쳤다.
 헬레나 제도의 북부는 구릉 지대가 이어져 있으며, 무수한 호수와 늪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서서히 기복은 심해져서 이윽고 높이 500m 정도의 산으로 이어진다. 로사의 말로는 비행기가 불시착한 곳은 산기슭 근처라고 한다.

로사「현지인들은 겨울이 되면 이 근처에 얼씬도 안 해」

 여름 동안에는 푸르스름한 녹음이 펼쳐져 있겠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눈 밑에 있다.

로사「쭉 가면 큰 호수와 마주치는데, 그 건너편이야」
로사「지금은 얼어서 괜찮아」
로사「숲이 깊어서, 아마 무리야」

 거꾸로 말하면, 그러한 장소이기 때문에 남의 눈에 띄지 않고 끝났을 것이다.
 눈을 헤치고 가자, 이윽고 시야가 트인다
 언 호수다.


 조심스레 얼음 위에 올라타 보니 기계인형(메카니카)의 무게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얼음 두께도 한결같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을 대비해서 언제든지 피할 수 있도록 호숫가를 빙 둘러서 간다.

로사「꽤 멀리 돌아가네」

 이윽고 호수를 반 바퀴 돌아, 원하던 장소에 다다른다.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갈라지듯 부러진 나무였다. 무거운 질량이 이곳을 파고든 것이다.

로사「……여기」

 나무를 헤치며 나아가다.
 이윽고 푹, 부자연스럽게 눈을 뒤집어쓴 모퉁이에 다다랐다.


 기계인형(메카니카)에서 내려 주의 깊게 다가간다. 살짝 눈을 치우자, 아래에 비행기 덮개 부분이 나타났다.

로사「내가 발견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어」

 만약 스파이가 타고 있었다면, 한시라도 빨리 도망치려 할 것이다.


 그럴듯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애초에 이런 작은 비행기가 인형을 태울 수 있을까?

로사「이 비행기, 조종석이 두 개야」

 날개 위에 발을 얹고 올라탄다. 덮개 뒤로 손을 뻗어 다시 눈을 털었다.

 바람막이 유리 너머로 잠든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소녀 인형이다. 부드러운 뺨의 라인, 벚꽃색의 머리카락, 새하얀 기모노…….
 그 모습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전쟁의 성과를 전하는 신문 기사, 용맹스러운 군가를 내보내는 황도 뉴스, 화려한 군사 퍼레이드, 항상 그 중심에 있던 인형, 황군의 결전 무기, 빛나는 승리를 가져오던 존재…….

로사「카라스바 언니」

 등 뒤에서 어딘가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들려, 카라스바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로사「이 소리, 뭐야……?」

 불길한 날갯소리가 들렸다.
 카라스바는 이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다.


 황급히 하늘을 쳐다본다. 산 중턱, 어딘가 공허한 형체가 거기에 떠 있었다.
 연회색으로 도장된, 강철의 의태, 등에는 두깃 형태의 비행 유닛.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물끄러미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사「어……?」



집필 : 오카노 토야
삽화 : 마로야카
CV : 쿠스노키 토모리 (카라스바)
한국어 번역 : 레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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